• 최종편집 2025-02-11(화)
 

 

한·미 FTA와 할당관세의 역설, 국산 감귤산업의 위기


내년부터 미국산 만다린에 대한 수입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이미 지난해 관세 인하와 할당관세 정책으로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감귤산업이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의 수입 완화 정책이 과연 농가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미국산 만다린 수입량이 급증했다. 공식 수치로는 2,874t이 수입되었으며, 이는 2022년(587t)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7년 처음으로 0.1t이 수입된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던 수입량이 2023년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할당관세 적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급증하는 만다린 수입, FTA와 할당관세의 영향

한·미 FTA는 2012년 발효된 이후 농수산물 분야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만다린의 경우 144%였던 수입 관세가 매년 점차 인하되며 2026년부터 완전히 철폐될 예정이다. 지난해 수입된 미국산 만다린의 관세율은 19.2%, 올해는 9.5%로 더 낮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 인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이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의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특정 수입품에 일정 기간 기본 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미국산 만다린에 대해 할당관세 10%를 적용하며 수입량 증가를 부추겼다. 특히 4월 할당관세가 적용된 이후 한 달 만에 1,566t이 수입되는 등 단기간 내에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수입업체들이 할당관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산 감귤산업, 고사 위기에 처하다

국산 감귤 농가들은 만다린 수입 증가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온주밀감(Citrus unshiu)과 미국산 만다린(Citrus reticulata)은 사실상 유전적 차이가 크지 않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종류의 과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만다린은 오렌지보다 국산 감귤과 대체 관계가 높아 농가들이 한·미 FTA에 따른 압력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감귤산업은 주로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50만t에 달한다. 제주 감귤은 겨울철 대표 과일로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수입산 만다린이 점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 소비자 물가 안정과 농가 보호 사이의 딜레마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의 이유로 소비자 물가 안정을 들었다. 지난해 물가 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수입 과일을 통한 가격 안정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할당관세는 특정 시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올해도 미국산 만다린에 할당관세 20%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물량을 배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할당관세 적용 물량은 총 2,800t이며, 이 중 1,260t은 이미 3월까지 배분이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산 만다린의 기본 관세율이 9.5%로 낮아진 만큼, 수입업체들이 할당관세 혜택을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관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 의견: 할당관세 정책의 재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할당관세 정책의 무분별한 적용이 국산 농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산 과일과 대체성이 높은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이 점차 수입 과일에 익숙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한필 교수는 “할당관세는 본래 국내 생산이 부족하거나 국제적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라며 “국산 과일과 경합하는 품목에 무리하게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것은 농가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국내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생산비 절감 지원, 품질 고급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등을 제안했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감귤산업 보호 전략

국내 감귤산업이 FTA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는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사쓰마 만다린(Satsuma mandarin) 생산 농가에 품질 인증제도와 직접 보조금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EU는 지역 특산물 보호 제도(PGI)를 활용해 자국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전망과 과제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2026년 이후, 국내 감귤산업은 더욱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할당관세와 관세 철폐의 이중적 압박 속에서 국내 농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농가, 전문가들이 협력해 ▲ 국산 감귤의 품질 고급화 ▲ 생산비 절감 지원 ▲ 차별화된 유통 전략 ▲ 해외 수출 확대 등의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이 소비자 물가 안정과 국내 농업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정책 변화가 주목된다. 국산 감귤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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