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정책, 생산성과 균형 맞춰야… 한국 양돈업계가 배워야 할 교훈
덴마크 사례에서 찾은 한국 양돈산업의 동물복지 도입 전략
동물복지 정책, 생산성과 균형 맞춰야… 한국 양돈업계가 배워야 할 교훈
덴마크 사례에서 찾은 한국 양돈산업의 동물복지 도입 전략
최근 유럽연합(EU)이 기존 동물복지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한국도 동물복지 정책 도입을 보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덴마크 양돈산업의 동물복지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주한덴마크대사관 초청으로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덴마크 양돈 관련 시설을 방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덴마크의 동물복지 정책이 생산성과 농가 경쟁력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양돈업계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덴마크 동물복지 정책의 현황과 특징
덴마크 양돈업계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어미돼지(모돈)에 대한 스톨 사육 금지다. 스톨은 돼지가 한 마리씩 개별적으로 사육되는 공간이다. 공간 효율성이 높아 관리가 용이하지만, 돼지의 활동 반경을 제한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13년 스톨 사육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농가 반발과 생산성 하락 문제로 인해 2035년까지 유예했다.
이러한 유예 조치는 농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분만사 면적 확대 논의는 동물복지형 분만사 도입도 유럽 양돈업계에서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덴마크 정부는 분만틀 면적을 기존 4.5㎡(1.4평)에서 6.5㎡(2.0평)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생산자단체는 2040년 도입이 아닌 2045년까지 도입을 연기하자고 요구하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양돈업계의 현실과 동물복지 정책
한국은 2020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까지 스톨을 군사(群飼) 시설로 전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한돈협회는 한국 양돈농가의 생산성과 현실을 감안할 때 동물복지 정책 도입 시기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한돈협회 한 관계자는 “덴마크는 철저한 생산비 분석을 통해 농가 경쟁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만 동물복지 정책을 도입한다”며 “한국 양돈농가는 덴마크보다 생산성 지표가 낮아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성과 동물복지의 균형
한국 양돈업계는 이유자돈수, 어미돼지 회전율, P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이유 마릿수) 등의 생산성 지표가 덴마크에 비해 낮다.
덴마크 PSY: 30마리 이상, 한국 PSY: 평균 23~25마리이다. 생산성 지표가 낮은 상황에서 동물복지 정책을 도입할 경우 생산비 증가와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덴마크는 생산성과 동물복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비 분석을 철저히하고, 이를 통해 정책 도입 시기와 범위를 조율한다.
EU 동물복지 정책의 변화와 시사점
동물복지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2년 말 유럽농업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기존 동물복지 기준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농민들의 시위가 늘어나면서 정책 속도 조절 요구가 커졌다. EU 동물복지 정책은 단기적 실행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덴마크의 정책 추진 과정과 생산자단체의 역할
덴마크는 생산자단체와 정부가 협의해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별화된다. 데니시크라운(Danish Crown), 시게스(SEGES), 덴브레드(DanBred) 등 생산자단체와 연구기관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협의해 정책을 조율하고, 생산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정책 시행이 지연된다. 한돈자조금 한 연구원은 “덴마크는 생산자단체와 정부가 공동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대신, 이를 따르지 않는 농가는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양돈업계의 대응 전략
한국 양돈업계는 덴마크 사례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생산자단체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생산자단체의 적극적 참여 필요하다. 또 정부와 농가 간 소통 강화 역시 필요하다. 생산비 분석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생산비 절감 방안 마련하고, 생산성 지표 개선을 위한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 동물복지 정책 추진은 단기적 실행보다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수립 할 수 있고, 농가 현실과 생산성 개선 속도를 고려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생산성과 동물복지의 조화가 필요하다. 동물복지 정책은 미래 축산업의 필수 요소지만, 생산성과 농가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도입은 오히려 산업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덴마크의 사례는 한국 양돈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생산자단체와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고, 농가의 현실적 여건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만 지속 가능한 양돈 산업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도 생산성과 동물복지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미래 축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