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1(화)
 

 

임차농지 친환경인증 취소, 해결책은 없나?

농지 제도 개선 목소리 커져… 형평성과 법적 충돌 사이에서 해법 모색 중


지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임차농지 친환경인증 취소 사태가 올해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 단속이 강화되면서 임차농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친환경농업 활성화와 농지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농지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농지 임대차 제도 개선을 통해 임차농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친환경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는 법적·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고 친환경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임차농지 친환경인증 취소, 왜 반복되는가?

지난해 경기도를 중심으로 임차농의 친환경 인증 취소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 단속 강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8년 이상 자경(自耕)할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이로 인해 일부 지주들은 농지를 상속받거나 취득한 후, 불법으로 농지를 ‘깜깜이 임대’ 형태로 임차농에게 빌려주는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임차농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경우 직불금 수령자의 명의(지주)와 인증 농민의 명의(임차인)가 달라지면서 불법 임대차 사실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주들이 임차농에게 친환경 인증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임차농의 경영 안정성과 친환경농업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농지 임대차 양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지 임대차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변호사는 간담회에서 현행 농지법의 제약을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업 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는 그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민에게 농지 임대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더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친환경농민에게 10년 이상 농지를 빌려줄 경우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설 규정이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일몰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움직임

이와 같은 논의는 정치권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얻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최근 ‘친환경 인증 농민에게 농지 임대와 무상 사용을 허가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친환경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임차농의 권익을 보호하고, 동시에 친환경농업 확대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환경농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불필요한 행정적 갈등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형평성 논란과 정부의 고민

하지만 이러한 개선안이 반드시 순탄한 것은 아니다. 형평성 논란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농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임대차 요건 완화를 검토 중”이라며 “다만 농지법상 예외 사례를 추가할 경우 다른 농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지 이용 증진사업 등을 통해 친환경농민에게 한정된 임대차 허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친환경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친환경농업 확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정부가 친환경농업 확대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친환경농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체 농정의 무게중심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어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협력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예외적인 임대차 허용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서 답을 찾다

해외의 친환경농업 선진국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은 농지 임대차 제도를 적극적으로 양지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친환경농민을 대상으로 농지 임대차를 공식 허용하고 세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로 인해 일본의 친환경농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농지 이용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도 명확한 법적 테두리를 설정해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결론과 향후 과제

임차농지 친환경인증 취소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문제를 넘어 농지법과 조세 제도, 농정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 이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지법 개정과 더불어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전문가, 농민 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농정의 중심에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접근할 때, 임차농과 친환경농업 모두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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