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1(화)
 

 

선물용 난(蘭), 왜 금세 시드는가?

축하 선물이 실망으로… 내부를 열어보니 스티로폼으로 가득


국내 화훼산업에서 1~2월은 축하 난(蘭)의 대목이다. 기관·단체의 인사 이동이 집중되면서 축하 선물로 난을 주고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난이 단기간에 시들어버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화훼업계의 이미지 훼손과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서양란 화분을 실제로 절단해본 결과, 화분 내부의 상당 부분이 흙과 돌이 아닌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도한 스티로폼 사용이 뿌리 생육에 악영향을 미쳐 조기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훼류 소비 활성화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하난, 이유 없이 시들어버린다

최근 화훼시장에서 판매되는 선물용 서양란(호접란)의 일부는 구입 후 짧은 기간 내에 시들어버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화훼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난의 품질 문제와 관리 부주의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A씨(서울 서초구)는 “회사 동료에게 축하난으로 받은 호접란이 불과 2주 만에 시들었다”며 “물도 적당히 주고 실내 환경도 관리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분갈이를 위해 화분을 열어본 후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화분 내부가 전부 스티로폼과 작은 플라스틱 포트로 가득 차 있었다”며 “뿌리가 거의 갇혀있는 상태라 생육이 어려운 것은 당연해 보였다”고 말했다.


화분 내부 구조의 충격적인 실체

본지가 서양란 화분을 직접 절단해 내부 구조를 확인한 결과, 화분 내부는 예상과 달리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1층, 인조 이끼층 – 화분 표면은 자연스러운 이끼로 덮여 있었다. 2층, 플라스틱 포트층 – 화분 내부에는 5개의 작은 플라스틱 포트가 들어 있었다.

3층, 스티로폼층 – 가장 아래층은 스티로폼 덩어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화분의 전체 높이 35cm 중 23cm(약 65%)가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는 화훼업계에서 비용 절감과 경량화를 위해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뿌리 통풍과 생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스티로폼 사용 자체는 문제 되지 않지만, 과도한 사용은 뿌리 생육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분화부 경매사는 “스티로폼은 물 빠짐이 쉬워 배수층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화분 밑바닥에 적당량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스티로폼 사용량이 과도해진 경향을 지적하며, “화분 전체를 스티로폼으로 채우면 통풍이 제한되고 뿌리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분재협회 홍보처장은 “화분에 흙과 난석을 사용하면 비용이 높아지는 반면, 스티로폼을 사용하면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일부 화훼업자들이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로폼이 지나치게 많으면 뿌리가 과습에 취약해지고 생육 환경이 악화돼 서서히 시드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실망 증가… 화훼업계 이미지 훼손 우려

축하난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선물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난의 외관을 중시한다. 그러나 짧은 수명과 조기 고사 현상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이는 화훼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훼업계 관계자는 “분갈이를 위해 화원을 찾은 소비자들 중 일부는 스티로폼이 가득 찬 화분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며 “이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하고 화훼 소비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동양란에서도 나타나는 유사한 문제

이러한 문제는 동양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aT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동양란과 서양란을 불문하고 일부 선물용 난에 과도한 스티로폼 사용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정상적인 난 재배 농가와 화훼업체는 마사토와 난석을 사용하는 올바른 재배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리 부주의도 주요 원인

일부 전문가들은 서양란의 조기 고사 원인이 스티로폼 과다 사용보다는 관리 부주의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난재배자협회 회장은 “호접란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작물”이라며 “25℃ 내외의 온난한 환경에서 잘 자라지만, 겨울철 사무실에서 난방이 꺼지면 추위에 쉽게 노출돼 시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 주기와 온습도 관리가 잘못되면 스티로폼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난이 고사할 수 있다”며 소비자 교육과 관리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교육과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화훼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올바른 관리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화훼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 교육 강화로 난의 관리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공하고, 화훼업계 자정 노력으로 스티로폼 과다 사용 자제 및 품질 인증제도 도입하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통해 화훼산업 전반의 품질 향상과 소비 촉진을 위한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결론과 향후 과제

축하난은 단순한 선물 이상의 사회적 상징성과 정서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최근 조기 고사 현상과 스티로폼 과다 사용 논란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경험을 남기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훼업계의 투명성 확보, 소비자 교육,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긴밀히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화훼산업이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변화와 개선의 기회를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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