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1(화)
 

 

비료값 인상, 농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 정부 보조금 전액 삭감의 삼중고


국내 농가들이 사상 최악의 영농 비용 증가 위기에 직면했다. 2023년 수도작용 무기질비료의 농민 판매 기준가격이 평균 5.9% 인상된 가운데, 정부의 비료 가격 보조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농민들은 당장 비료 한 포대당 최대 24.6%의 실질적 부담 증가를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농가의 생산비 급증과 영농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료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업계와 농민단체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농협, 비료업계, 정부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제 시장의 불안정한 요소까지 겹치면서 해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료값 인상, 왜 이렇게 심각한가?

국제 원자재 시장과 환율 변동은 국내 비료 가격에 직격탄을 날렸다. 비료의 주요 원료인 요소(Urea), 인산이암모늄(DAP), 염화칼륨(Potassium Chloride)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 국제 원자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6.8% 상승했다. 요소(Urea) : 35.1% 상승, 인산이암모늄(DAP) : 20.9% 상승, 염화칼륨 : 20.2% 상승, 환율 상승 : 6.4%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비료 판매가격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평균 5.9%로 제한됐다. 이는 농협경제지주가 비료업체들과 50회 이상의 협상을 통해 인상폭을 최소화한 결과다. 농협경제지주는 ‘21복합비료’ 가격을 6.7% 인상(1만7100원 → 1만8250원)하고, ‘칼리맞춤 10호’ 가격을 5.3% 인상(1만6050원 → 1만6900원)했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이 전액 삭감된 탓에 농가의 실질 부담은 25%에 육박하게 됐다.


정부 보조금 전액 삭감, 농민들의 분노

문제의 핵심은 올해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사업’ 예산이 0원으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2022년까지 비료값 인상분에 대해 일부 보조금을 지원하던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농민들의 부담이 급증했다. 2022년 사례를 살펴보면, ‘21복합비료’ 한 포대 가격 : 1만7100원, 정부 보조금 : 2450원, 농민 실부담액 : 1만4650원이며, 2023년의 경우에는 ‘21복합비료’ 한 포대 가격 : 1만8250원, 정부 보조금 : 0원, 농민 실부담액 : 1만8250원이었다. 이처럼 실제 부담액이 24.6% 증가하면서 농민들은 예산 삭감의 충격을 온전히 떠안게 됐다.


농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

비료는 벼농사(수도작)와 과수 농업 등 농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자재다. 비료값 인상은 농가의 생산비 상승을 유발해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이는 곧 농업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농민 A씨(전남 곡성, 수도작 농가)는 “지난해에는 비료 10포대를 사면 14만6500원이면 됐지만, 올해는 같은 양을 사기 위해 18만25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생산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벼농사 외에는 다른 작물로 전환할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비료업계와 농민단체, 추경 편성 촉구

6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비료공급 자문위원회’에서는 비료업계와 농민단체들이 정부에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 관련 기업의 이사는 “중국의 DAP 수출 규제와 이란의 요소 생산량 감소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는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더욱 큰 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도길 비료공급자문위원장(경북 경산 용성농협 조합장)은 “정부, 농협, 비료업체가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추경 편성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규원 농협경제지주 자재사업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후정산 방식’으로 비료값을 지원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분기별 가격 연동제와 국회 설득을 통해 농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과 향후 계획

정부는 농가의 영농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태섭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과장은 “무기질비료 원료 구매자금 5000억원을 확보해 비료업체들이 3%의 저리로 원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농협 등과 협조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국회에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농약 가격 안정도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농약 계통 판매가격은 평균 0.5% 인상에 그쳐 사실상 동결됐으며,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비선택성 제초제 72개 품목은 오히려 2.4% 인하됐다.


해외 사례에서 찾는 해법

비료값 급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각국은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비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생산기반 강화와 직접 보조금 지급을 병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친환경 비료 생산을 장려하고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농가의 비료 구매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영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결론과 향후 과제

비료값 인상과 정부 보조금 삭감이 불러올 파장은 농업 경영의 근본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농가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경 편성, 분기별 가격 연동제, 생산비 절감 지원 등이 긴급히 요구된다. 또한 비료 자급률을 높이는 중장기적 전략도 필요하다. 농업은 국가의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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